글보다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내가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책
PM/PO로서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다시금 책을 꺼내들었고, 남기고 싶은 문구를 기록한다
‘유난하다’는 단어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토스팀에는 유난히도 많은 도전이 찾아왔다. 말 그대로 칠전팔기 끝에 찾아낸 간편송금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셧다운됐다. 재개한 후에도 모든 시중은행과 제휴 맺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토스대부는 그 이름 때문에 탈퇴 러시로 문을 닫았다. 증권사와 인터넷은행에 멋모르고 뛰어든 탓에 고난은 계속됐다. 덩치 큰 경쟁자들은 늘 곁에 도사렸다. 그래서인지 토스팀 사람들은 유난했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까지 할까?
남다른 성취를 하고 싶다면 남달리, 유난히, 각별히 노력하고 헌신하는 수밖에.
1장. 선을 넘어서는 용기
여정의 시작
그런데 어쩐지 그 말에 더럭 겁이 났다. 꿈의 크기가 겨우 비싼 외제차 정도인 사람에 머물게 될까 봐 두려웠다. 가능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꿈을 꾸고 싶었다.
이승건은 몰락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으며 꿈을 키웠던 나폴레옹의 삶에 자신을 투영했다. 나폴레옹은 기존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꿈이 부풀었다. 저들처럼 더 많은 이들의 삶에 한꺼번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의사로서 한 명 한 명의 삶을 바꾸는 일은 보람 있지만 더뎌 보였다. 생은 짧았다.
“내가 곧 죽을 것임을 생각하는 것은, 인생에서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여러분이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함정을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중략)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에 맞춰 사는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견해가 여러분 내면의 목소리를 가리는 소음이 되도록 놔두지 마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진정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부차적인 것입니다.” (스티브잡스 스탠퍼드 연설중)
‘마음과 직관을 따르라’는 잡스의 말은 이승건에게 깊이 가닿았다.
마침내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아이폰이 바꿔놓는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그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확신도 있었다. ‘앱 하나만 만들어보는 거야. 개원은 반년만 미루자. 어차피 좋은 자리도 아니었어.’
물론 마음속에는 안전핀 하나가 있었다. ‘언제든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잖아.’
이태양을 만나다
두 발 모두 선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이승건 역시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걸고 헌신해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데, 일주일에 이틀은 의사로 일하면서 창업가로도 성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더욱이 ‘도망갈 길을 열어둔 채’라는 점이 전혀 멋지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태양에게서 받는 에너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이태양에게 작별을 고하고 치과의사로 돌아갈 거냐, 이태양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거냐.
‘더이상 선택을 미루지 말자.’
2013년 4월 21일 이승건은 비바리퍼블리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한다. 정확히 기억하는 이는 없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이승건은 창업의 세계에 두 발 굳건히 딛고 선 것으로 보인다. 이승건은 파트타임 치과 근무를 그만뒀다. 또 다른 개발자 박광수, 김민주가 팀에 합류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세상 누구도 원하지 않는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아홉 번째 제품이었고, 그 앞 여덟 번의 시도가 실패였다. 매번 살고자 몸부림쳤으나 그러지 못했다.
첫 번째 실패는 울라블라였다.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에 몰두한 나머지, 사람들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 세상이 받아들이는 문제의 크기보다, 우리가 느끼는 문제의 크기가 너무 컸던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가 ‘옳다’고 주장하게 되는 거죠. 제품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쓰는 사람은 전혀 늘지 않았어요"
거듭된 실패를 냉정하게 회고해야 한다고 제안한 사람은 박광수였다고 이승건은 말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토스팀 문화의 8할은 박광수의 기여라고 입을 모은다. 바깥에서 패인을 찾으려 했던 이승건에게 박광수는 더이상 ‘변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승건은 속이 상했지만 가만히 듣는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1년 넘게 끌고 온 것이 자기 자신이었으므로.
사람들의 수요를 잘 수집한 뒤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 돈 받고 파는 장사꾼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승건은 거꾸로 ‘내가 당신들의 삶을 이렇게 바꿔주겠다’며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연이은 실패의 이유가 비로소 명백해졌다. 동시에 이승건은 혼란에 빠졌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창업했는데, 알고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해서는 성공할 수 없었다.
‘그럼 뭐하러 이 일을 계속해야 하지?’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자아는 지워버리고, 이제부터는 성공하는 거 찾을래. 어깨 힘 빼자.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주는 장사꾼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이렇게 모였고 슬프게 끝내고 싶지 않으니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실패를 견디며 깊숙이 이해한 끝에 나온 것이었다. 이후 토스의 모든 제품 원칙과 조직문화의 근간에 승리에 대한 갈망이 자리잡았다.
고스트 프로토콜
끝까지, 될 때까지 해내는 사람이 승자라는 의미로 적었어요. 그날 그 스타트업의 싸늘한 공기를 잊고 싶지 않았어요. 그 싸늘함이 언제든 내게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살아남고 싶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적당히 열심히, 어느 정도 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 그런 의지를 가다듬었죠.
문제 발견
더이상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대중이 좋아할 것 같은 아이템을 주욱 나열해보니 간편송금과 결제도 있었을 뿐이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금융활동이 송금과 결제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데도 송금과 결제에서는 도무지 변혁이 일어나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송금을 간편하게, 10초 만에 송금하는 서비스’라고 적어 올리고 무턱대고 광고를 돌렸다. 이틀 동안 1만 원 정도 태우자 광고는 6000명에게 노출됐고, 35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24명은 광고를 클릭해보기도 했다. 이 정도면 ‘반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이전에는 1년 넘게 2억 원을 써서 8명이 ‘울라블라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단 이틀 만에 1만 원으로 ‘사람들은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원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건 가설 검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엄청나게 줄였다는 사실이었다. 이승건은 “이쯤 되자 ‘이번에도 어차피 실패할 거니까’ 하고 더 빨리 실패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했다.
해결책 발견
드디어 해결책을 찾은 듯했다.
출금 기능이 동작하는 것을 확인한 뒤, 티저 홈페이지부터 만들었다. 앱 개발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하도 실패를 많이 하다 보니 앱 제작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나서 망하는 게 아까웠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난 다음에 서비스를 만들어도 늦지 않다는 게 3년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이승건이 배경사진을 고르고 문구를 써서 홈페이지를 완성했다. 누군가가 “의미 전달은 명확한데, 디자인에 다시는 손대지 말라”며 이승건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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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팀은 홈페이지를 열고, 트위터에 링크를 올렸다. 4시간 만에 1000번 넘게 리트윗됐다. 이후 사흘간 서비스를 써보겠다며 전화번호를 입력한 사람은 2000명에 가까웠다. 3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숫자였다. 짜릿했다. ‘이게 성장이구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맞았구나. 드디어 찾았구나.’
빨리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겠다는 의지로 활활 불탔다.
셧다운
그래도 송금이 실시간으로 되기만 하면 굉장히 편할 거거든요. 제가 오만 모임에서 총무하는 스타일이라 돈을 쉽게 보내는 게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요. 그래서 혹시 이게 실패하더라도, 내가 이 팀에서 몇 년 정도 보내봐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타트업 성공의 전형
2014년 3월 개시한 간편송금 오픈 베타 서비스는 그야말로 미친 속도로 크기 시작했다. 가입자가 매주 8%씩 늘었다. 송금 건수와 금액은 더 가파른 기울기를 보였다. 한 번만 쓰고 마는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토스를 이용한다는 의미였다. 이번 주에 토스를 쓴 사람이 그다음 주에 다시 이용하는 비중이 40%를 넘었다.
4월 중순이 되자 가입자 수는 5000명이 넘었고, 일주일 거래 금액도 4200만 원에 이르렀다. 평균 송금액은 3만 원 이하로, 매주 1400번씩 송금이 일어났다. 이 속도라면 연말쯤엔 가입자가 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였다. 토스팀은 그야말로 스타트업 성공의 전형을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서비스 중단
"미안하지만 더이상 서비스가 어렵겠습니다"
국내 금융규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온 포지티브(positive) 규제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비상하던 토스의 날개는 무참히 꺾였다. 팀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우리가 하고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뭔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구나 하고 인식하고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어요.
'사람들이 토스를 필요로 한다'는 확신과 에너지는 좌절감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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