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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기록

[독서 기록 📚] 유난한 도전 (4) 로드바이크가 불편한 이유

alwayshappydaysforever 2025. 3.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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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이면

고객이 정신적으로 입은 스트레스가 바로 우리가 끼친 손해입니다. 우리는 고객의 미친 만족감을 향해 달리는 기업입니다. 사소해 보이는 송금 실패가 바로 그 미친 만족감의 적입니다. 토스는 송금 서비스인데 송금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어긴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미친 만족감을 주는 데 실패했고, 보상을 통해 다시 미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송금 장애의 표면적인 원인은 데이터베이스 서버 부족이었다.
근원은 다른 데 있었다. ‘속도’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다른 중요한 일들을 미뤄두었던 토스팀의 일하는 방식이 장애를 낳은 것이다. 지금까지 빠른 속도는 토스의 경쟁력이었지만, 이제 그 이면을 직시해야 할 때였다. 공룡같은 경쟁자를 상대로 토스가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무기는 속도뿐이라는 믿음이 팀을 지배했다. 사용자가 늘지 않으면 인프라는 소용없는 구조물일 뿐이다. 

 

 

팀원 모두가 ‘포커스 온 임팩트(Focus on Impact)’,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에 온 에너지를 집중하자고 외치는 분위기에서 기술부채를 해소하고 업무기반을 다지는 일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토스팀원들에게 자신이 장애물처럼 여겨지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연속적인 장애 경험은 토스팀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위기 상황에서 여러 선택지를 빠르게 검토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웠다.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가르는 법,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그 결론을 실행에 옮기는 법을 익혔다. 여러 팀원이 손발을 맞춰 문제를 해결해가는 팀워크도 쌓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에게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토스팀에서 속도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지만, 관점이 바뀌었다. 장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내버려둔 채 속도를 내는 게 아니라, 서비스가 많아지고 팀이 커져도 아무 문제 없이 오히려 더 빠르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튼튼한 인프라를 만드는 데 토스팀의 속도와 자원이 집중됐다. 

 

횡적인 혁신(앱 디자인) 

토스의 리텐션(retention) 지표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지난 3년 내내 60%대에서 공고했던 리텐션은 2018년 초 신규 가입자만 떼어내 보면 40% 이하로 내려갔다.
지금까지는 국내 최초 간편송금, 국내 최초 무료 신용조회 등 기발한 기능으로 사용자에게 만족을 줬다면, 이제는 물 흐르듯 유려한 사용 경험으로 ‘미친 만족감’을 선사할 차례였다. 그러는 동안 비즈니스가 한 보 후퇴할 가능성도 있지만, 종국에는 토스가 더 멀리 더 빨리 갈 수 있게 만들어줄 거라고 팀원들을, 그리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회사의 목표 문서에 '토스의 다양한 서비스를 모든 사용자에게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제공한다' '사용자의 충성도와 신뢰도를 만든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추가되었다. 

 

토스 앱 디자인의 문제가 효율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각 제품마다 텍스트와 버튼, 화면 흐름 등 스타일이 다르면 사용자들은 마치 서로 다른 앱에 접속한 것처럼 각각의 제품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해진다. 낯선 환경에서는 이탈하는 비중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용자에게만 비효율인 것이 아니라,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의 생산성 측면에서도 효율이 떨어졌다. 

 

토스가 만드는 제품 하나하나가 종적인 혁신이라면, 각 제품이 일관성을 갖추고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횡적인 혁신이었다. TDS는 토스팀 전체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데 기대 이상의 영향을 미쳤다. 화면 한 페이지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에서 15분 이내로 단축됐다.


토스 3.0 개편 이후 지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토스에 월 5회 이하로 접속했던 사용자들이 3.0 개편 이후 3개월이 지나자 평균 20번씩 접속했고, 매달 10~15번쯤 접속했던 사용자들은 40번 이상 찾아왔다. MAU에 직접 영향을 주는 지표였다. 이승건은 “3.0 개편은 해야 할 일이 맞았다”고 선언했다. 강수영과 정희연은 플랫폼 디자이너로서 사용성 개선이 토스의 비즈니스 지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토스팀의 무게추가 사용자 경험을 향해 기울고 있었다. 물론 그 대척점에 서서 줄기차게 ‘성장’만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다.

 

 

에픽 그로스

토스의 MAU가 처음으로 역성장했을 때, 정승진이 그로스 사일로를 맡았다. 그는 '가장 어렵고, 힘들고, 그렇지만 성공했을 때 가장 임팩트가 큰 일을 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전 한 달 전에 못했던 걸 지금 할 수 있게 됐을 때, 한 달 전에 맞다고 믿었던 게 틀렸음을 알게 됐을 때 행복해요. 그래서 3개월 전, 6개월 전을 돌아봤는데 부끄럽지 않으면 슬프더라고요. 내가 발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성취와 성장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지금 이 순간의 역량이 아니라, 그 역량이 성장하는 속도가 중요하고요. 그 기울기가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인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정승진이 맡은 그로스 사일로는 이름 그대로 MAU를 성장시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그리고 결국 토스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게 만든 행운퀴즈, 1000만 MAU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송금지원금을 탄생시킨 사일로가 됐다.


처음에는 ‘숨은 포인트 찾기’라는 제품을 설계했다. 30대 이상을 타깃으로 잡았다. 20대는 이미 80% 이상이 토스에 가입했기 때문에 성장의 여지가 없었다. 연령대를 높여 30대가 좋아하는데 아직 토스는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 답이 ‘포인트’였다. 각종 포인트를 운영하는 회사와 제휴를 맺고, 오랫동안 휴면 상태인 회원이 잠들어 있는 포인트를 찾아 토스머니로 교환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숨은 계좌 찾기, 숨은 보험금 찾기 등의 표현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목격했기에 서비스명도 쉽게 지었다. 서비스를 열자마자 사용자 유입이 빠르게 늘었는데, 아쉽게도 제휴사 사정으로 며칠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 인기 있는 제품의 어떤 면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찾아내려고 했어요.
    • ‘숨은 ○○○ 찾기’ 류가 대체로 비슷한데, 어떤 식으로든 내가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금전적 가치를 우연히, 운 좋게 얻는다는 사실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 겨울 코트 주머니에 들어 있던 500원 동전을 발견했을 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요.”
  • 그러다 특정 제휴사의 진짜 포인트를 찾는 게 아니어도 된다는 데 생각이 멈췄다. 우연히, 운 좋게 금전적 가치를 얻는 것이 기쁨이라면 그게 반드시 특정 제휴사의 진짜 포인트일 필요가 있을까? 뭐가 됐든 운 좋게 얻은 포인트면 되지 않을까?
    • 정승진은 행운상자라는 새로운 제품을 고안했다. 실험해보니 역시 트래픽이 모여들었다. 
    • 가능성을 확인한 정승진은 행운상자를 열면 제휴사의 할인쿠폰이나 토스머니를 지급하는 광고 제품으로 발전시켰다. 
      • 그 다음에는 확률을 도입했다. 
      • 신규 사용자를 모으기 위한 성장모델로 만든 서비스였지만, 광고 매출 증대 효과가 더 컸다. 1년 동안 100억 원 이상의 광고 매출이 일어났다.
  • 그러나 정승진을 괴롭힌 것은 외부 잡음이 아니라 팀원들이 그로스 사일로의 실험 자체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그로스 사일로를 제외하면 당시 모두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토스 3.0 앱 개편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 정승진은 토스팀 전체에 이메일을 보냈다.
<로드바이크가 불편한 이유>

UX 최우선 토스 3.0의 시대이지만 그로스 사일로에서는 아직 모든 면에서 미흡한 제품들을 내고 있습니다. 이는 프로덕트 마켓 핏(PM Fit) 이전의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면서 핏을 찾는 것이 토스의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터레이션을 진행하고, 몇 시간 만에 제품을 기획해 론칭하기도 합니다.
PM Fit 이전 제품에서는 완성도보다 속도와 가설 검증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핏을 찾지 못하면 제품 자체가 없어질 것이고, 논의를 통해 얻는 교훈보다 MVP(최소기능제품)로 시장에 나갔을 때의 교훈이 더 크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MVP에는 타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타협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제품을 만든 사람들입니다. 팀원들 모두 시간을 더 쓰면 더 매끄러운 디자인과 더 좋은 코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MVP를 정하고, 그 외에 대한 고민의 크기를 줄여서 빠르게 러닝을 쌓아가는 것이 지금의 방식입니다.
더 시간을 쓰면 제품을 개선할 수 있지만, 다른 곳에 시간을 쓰는 것이 더 임팩트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저희는 토스팀을 위해서 아픈 선택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더 빠르고 과감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런 제약조건 속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는 그로스 사일로원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스탠드도 바구니도 스피드와 관계없는 건 전부 배제하고 궁극으로 가벼워진 것, 그것이 자전거의 정점 로드바이크다"

 

2019년 하반기를 맞이하며 정승진은 사일로 이름을 '인플로우 사일로'로 바꿨다. 

MAU를 성장시키는 데에는 신규 사용자를 끌어오는 인플로우와, 기존 사용자가 더 자주 토스 앱을 방문하게 만드는 리텐션(retention), 휴면 사용자를 깨우는 레저렉션(re surrection)이라는 3가지 측면이 있는데, 반기 동안 신규 사용자 유입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었다. 목표는 ‘에픽 그로스(Epic Growth), 역사에 남는 성장을 만든다’로 정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팀은 어떤 목표를 세울까? 그로스를 만드는 팀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목표는 뭘까? 팀원들이랑 머리 맞대고 고민했어요. 세계 최고의 팀이라면 역사에 남을 정도의 성장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정승진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를 찾아 헤맸다.법적인 제약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행운퀴즈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결국 도박과 비슷한 것 아닐까? 확정적이지 않은 보상 덕분이라면 말이다. 

자본을 투입하거나 노동력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력이다. 돈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는 노력만 기울이면 차츰 레벨이 올라가고, 그때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나’를 중심으로 다단계의 거미줄이 빠르게 확장된다.

  • 정승진은 이 구조를 '친구에게 5000원 보내기'로 바꾸고 '송금지원금'이라 이름 붙였다. 
    • 토스에 가입하고 우리 둘 다 5000원씩 받자’고 말하는 것보다, 그냥 5000원을 주는 게 마음 편한 상대가 많을 거예요. 내게 이득이 되는 일을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상대에게 이득인 것을 주는 게 쉬우니까요.”
    • 정승진은 한 가지 조건을 더 비틀었다. 사용자가 5000원을 송금할 수 있는 대상을 신규 가입자에 한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 기존 가입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잇는 대상에 포함시키자마자 송금지원금은 J커브를 그리며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 서비스 론칭 이틀 만에 송금지원금을 받은 전화번호가 1000만 개로 집계됐다. 전 국민의 20%가 송금지원금을 경험한 셈이다.
      • 2019년 10월 말 토스 MAU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그 중 인플로우 사일로가 이끈 성장이 무료 400만명에 달했다. 
      • 토스팀 바깥에서는 성장과 사용자 경험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수면 아래서 이뤄진 처절한 발차기였다. 그러는 사이 몇 차례 투자유치를 거친 토스는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유니콘이 되다 

그중에서도 세콰이어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토스팀의 오래 묵은 목표였다. 세콰이어는 애플, 구글,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한, 세계적인 VC 중에서도 가장 이름난 회사였다.세콰이어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토스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신뢰도가 한 단계 뛰어오를 것이 분명했다. 

 

 

 

토스팀의 제품 원칙 (Product Principle) 

PP는 토스에서 좋은 제품과 나쁜 제품을 가르는 기준이 되며, 팀원들은 이를 토대로 서로의 제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다.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일관된 잣대로 개선점을 찾기 때문에, PP는 토스가 사용자에게 ‘미친 만족감’을 주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PP를 빠르고 완성도 있게 제품에 구현하도록 돕는 도구가 바로 토스 디자인 시스템 TDS다.

다만 고정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며 새로이 추가되기도, 혹은 너무나 당연해져서 자연히 잊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핵심적인 가치는 ‘Simplicity’, 즉 단순함이다. 토스가 생각하는 단순함이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특별히 알아야 할 것, 배워야 할 것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태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매끄러운 경험을 만드는 것이 사용자 경험 설계의 궁극적인 목표다. 사용자 경험이 단순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토스 디자이너들의 프로덕트 원칙

토스 지원시 미리 알아두면 좋을 | 토스의 제품을 만드는 원칙을 Product principle = PP 라고 하는데요, 토스의 위대한도전 책을 보고 프러덕트 원칙과 그에 맞는 화면들을 스터디해 보았습니다.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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